Faithbook
사순절설교: “사순절(Lent)의 시작” 본문

본문: 마태복음 4장 1-11절
1. 들어가는 말
오늘은 사순절 첫번째 주일입니다. 사순절은 넉사에 십순자를 사용하여, 40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부활절 이전의 40일을 뜻합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절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부활절 이전의 40일 동안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성경을 묵상하고, 금식하고 기도하며 경건생활에 힘썼습니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구원받은 우리의 새로운 삶에 대해 조금 더 깊숙히 들여다보며 더욱 그리스도를 닮아가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러한 초대교회의 전통 위에 한국의 기독교도 서 있습니다.
초대교회의 역사를 보면 사순절은 AD 325년부터 지켜져왔습니다. 사순절(Lent)은 영어로 렌트라고 하는데, 이것은 영어의 length 곧 길이라는 뜻입니다. 특정한 일정 길이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신앙적으로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회개와 절제를 실천하는 40일간의 기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기는 단순한 종교적 전통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영적 성찰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사순절 첫번째 주일부터 사순절의 여정을 시작하며 예수님의 광야 시험 이야기를 통해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합니다.
마태복음 4장에 기록된 예수님의 시험 사건은 사순절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하시며 마귀의 시험을 받으신 이 사건은 우리의 신앙 여정에서 마주하는 유혹과 싸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2. 광야로 이끄시는 성령
본문은 “그때에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 가사”(마 4:1)라고 시작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예수님이 광야에 가신 것은 우연이 아니며, 마귀의 시험을 피할 수 없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성령께서 예수님을 직접 광야로 이끄셨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단어 중에 이와 비슷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섭리’ 라는 단어입니다.
섭리(攝理, 영어: divine providence)“ 사전에 보면, 대신하여 처리하고 다스림” 또는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와 법칙” 이라고 설명합니다.
성경에 ‘섭리’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이유는 만물의 창조주 되시는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운행하시기 때문에 우리 삶에 등장하는, 혹은 마주하는 많은 일들이 하나님의 다스림 안에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도는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그때에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 가사”(마 4:1)라는 구절 역시, 때로 우리 삶에 등장하는 시작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우리 삶에 다가오는 ‘시험’ 들도 때로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삶에 어려운 일이 다가오면, 이 시험을 통해 내가 배우길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라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야고보서 1장 13절입니다.
”사람이 시험을 받을 때에 내가 하나님께 시험을 받는다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악에게 시험을 받지도 아니하시고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아니하시느니라.” (야고보서 1:13)
이 두 구절은 전혀 상반된 내용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시험을 허락하신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는 시험을 받지도, 그리고 하지도 않으신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 두 구절은 서로 상반된 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때에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Trial)을 받으러 광야로 가사”(마 4:1)
”사람이 시험(Temptation)을 받을 때에 내가 하나님께 시험을 받는다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악에게 시험을 받지도 아니하시고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아니하시느니라.” (야고보서 1:13)
하나는 고난의 상태를 말하고, 하나는 유혹을 말합니다. 헬라어 어원으로 보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가 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우리는 때때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평안한 곳이 아닌 광야로 이끄실 때가 있습니다. 광야는 고독과 결핍의 장소이며, 시험과 싸움의 자리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광야로 이끄심으로써 우리의 믿음을 연단하시고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하십니다.
성경에는 광야와 연관된 인물이 많습니다. 모세, 다윗 등이 모두 광야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모두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신 것은 단순한 고난이 아닌 하나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순절 동안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우리의 영적 광야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합니다.
[시험의 본질: 욕망과 신뢰 사이]
오늘 본문에서 마귀는 예수님에게 세 가지 시험을 던집니다. 이 시험들은 우리의 삶에서도 자주 마주하는 유혹들을 상징합니다.
1) 물질의 유혹 (4:3-4)
마귀는 40일 동안 금식하신 예수님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배고픔을 자극하여 하나님의 뜻보다 자신의 필요를 먼저 해결하라는 유혹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4:4)고 응답하십니다. 이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물질적인 필요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는 신앙입니다.
2) 명예와 권력의 유혹 (4:5-7)
두 번째 시험에서 마귀는 예수님을 성전 꼭대기로 데려가 뛰어내리라고 유혹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능력을 시험하여 자신의 신성을 증명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4:7)는 말씀으로 거절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신앙을 증명하기 위해 기적을 보여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진정한 신앙은 눈에 보이는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 초기 언더우드 선교사님의 기도가 있습니다. 연세대학교에 언더우드 동상이 있죠.
<주여!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은 옮겨와 앉았습니다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 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 곳,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사람 뿐입니다.
그들은 왜 묶여 있는지도,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인줄 모르는 자에게 고통을 벗겨 주겠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고 화부터 냅니다.
조선남자들의 속셈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질 않습니다.
가마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나 합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들의 영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줄 믿나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황무지 위에 맨손으로 서 있는 것 같으나
지금은 우리가 서양귀신, 양귀자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사오나
저희들이 우리 영혼과 하나인 것을 깨닫고,하늘나라의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있음을 믿나이다.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 곳이 머지 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 주소서.
진정한 신앙은 눈에 보이는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
입니다. 오늘날의 한국교회를 보십시오. 언더우드 선교사님이 살아계셨다면 아마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실 것입니다.
3) 권력과 영광의 유혹 (4:8-10)
마지막 시험에서 마귀는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주며 예수님에게 절하면 이 모든 것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이는 하나님보다 세상의 권력과 영광을 더 소중히 여기라는 유혹입니다.
예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사탄아 물러가라!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느니라” (4:10).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성공과 권력을 추구하라고 유혹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세상의 영광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기를 원하십니다.
승리의 비결: 하나님의 말씀과 순종
예수님께서 시험을 이기신 방법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신뢰와 순종이었습니다. 모든 시험 앞에서 예수님은 성경 말씀으로 대답하셨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셨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혹과 싸울 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의지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늘려갈 때, 우리는 시험을 이길 힘을 얻게 됩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며
사순절은 단순히 금식하고 절제하는 기간이 아닙니다. 우리의 욕망과 유혹을 직면하고, 하나님께 더욱 깊이 나아가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시험을 이기신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우리 삶 가운데 다가오는 시험을 승리해야 합니다.
이 여정은 우리 자신의 힘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온전히 의지할 때 이루어집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순절의 시작에서 우리를 광야로 이끄시는 하나님께 순종합시다. 이 기간 동안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말씀과 기도로 우리의 영적 싸움에 임합시다.
유혹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를 승리로 인도합니다. 우리와 함께 시험을 이기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절제와 회개의 삶으로 사순절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말씀 묵상 질문
1. 내 삶의 광야는 무엇인가요?
2. 나는 시험과 유혹 앞에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응답하고 있나요?
3. 이번 사순절 동안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결단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