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hbook
레바논 장태림 선교사 기도편지(2024년 6월) 본문
늘 감사한 동역자 여러분
저희의 한국 방문에 대한 소식부터 말씀드립니다.
6월말부터 8월말까지 약 두 달의 일정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아내 김혜선 선교사의 건강 체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고민 끝에 결정하였습니다.
그립고 감사했던 동역자 여러분의 얼굴을 직접 뵙고 인사 드릴 기회가 생겨서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1. 끝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사역
저는 선교사로써의 첫 발을 내딛으면서 "나의 선교사로써의 마지막은 언제일까..?" 라는 막연함보다는, "지금 나이에 선교를 시작해도 길어야 불과 20여 년 밖에는 안 남았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날보다 정작 선교사로써 사역의 기간이 길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주님이 언제 오실지 모른다는 시급함과,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급하게 써주시는 것에 대해 "내가 선교 거의 막차를 탔구나." 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선교의 끝을 바라보며 사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라는 식의 향방없는 좌충우돌의 기간은 패스하고, 바로 본질에 집중하여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예수의 제자'를 키워가는 사역입니다.
예수님께서 대중들을 향하여서도 기적과 역사를 베푸셨지만, 특별히 세운 제자들에게 깊은 가르침과 비밀을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뭔가 새롭고 획기적인 사역들을 일으키거나 많은 사람들을 모으는데 힘을 쓰기보다는 하나님께서 붙여주시는 한 영혼 한 영혼을 하나님의 좋은 군사로 키워가는데 열중하고자 합니다.
물론 아울러 계속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많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사역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깊이 있는 만남과 양육을 통해 제자를 키워내는데 집중하라는 마음을 주님께서 주십니다.
"우리의 소망이나 기쁨이나 자랑의 면류관이 무엇이냐 그가 강림하실 때 우리 주 예수 앞에 너희가 아니냐 너희는 우리의 영광이요 기쁨이니라"
- 데살로니가 전서 2:19, 20 -
제가 하나님의 은혜로, 나이 들어 은퇴할 때, 부디 하나님께 보여드릴 귀한 열매같은 제자가 키워지길 소망합니다.
2. 바쁜 사역 가운데 찾아오는 지침과 공허함
한편, 이따금씩 사역과 여러가지 일로 인해 정신없이 바쁠 때가 있습니다. 피곤함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공허함과, 타지에서 살아가는 외로움이 몰려옵니다. 이 공허함을 채울 수 없어 마음이 힘들 때가 있는데, 그러면 옆에 가족밖에 없으니 괜히 옆에 있는 가족에게 바라는 마음이 커지고, 그러면서 섭섭함이 몰려오며 결국 다툼으로 이어집니다. 저만 참고 지내는게 아닌데, 가장이 되어 가지고서는 그런 연약함을 보이는 제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는 연약한 인간일 수 밖에 없음을 느낍니다.
하나님께서는 요즘 들어 더욱, 다른 어떤 것으로도 이 갈급함을 채울 수 없고 오직 하나님과의 친밀함이 유일한 방법임을 훈련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공허함과 갈급함, 모든 필요를 오직 하나님 안에서 해결하는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기도해주세요.
3. 전쟁의 위험과 사회적 불안정
레바논에는 공군 전투용 비행기가 없습니다. 헬리콥터만 몇 대 있는데 그것도 전투 및 방어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폭격기 및 정찰기가 마음껏 날아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국경 지역에 제한되어 서로 간의 공격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스라엘 폭격기가 레바논 전역을 폭격합니다.
얼마 전에는 밤 12시 쯤에 창틀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조이는 도둑이 들은 줄 알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저는 무슨 동물이 창틀에 매달렸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심하게 창문과 샤시가 흔들렸습니다. 곧 한인 선교사님들 그룹 채팅방에서도 이게 무슨 일이냐며 서로 물어보았습니다. 알고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의 폭격으로 인한 진동이었던 것입니다.
그 지역에서 폭격이 있던 게 처음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폭발의 위력이 컸는지, 저희가 있는 곳까지 십 여 차례 강한 진동이 전해졌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폭격의 위력에 두려움이 급작스럽게 몰려왔고 특히 아내는 너무 놀라 몸을 벌벌 떨었습니다. 그 이후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겨서 무슨 소리가 나면 폭격기가 또 지나가는건 아닌지, 또 폭격이 시작된 건 아닌지 깜짝 깜짝 놀라곤 합니다.
주 레바논 한국대사관에서는 이번 여름이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최대 고비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레바논 경제가 계속해서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가운데 사회 곳곳에서 신음과 분노가 표출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분노는 항상 약자들에게 또는 미움과 시기의 대상에게 표출되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시리아 난민이 그 대상입니다.
지역별로 시리아 난민의 저녁 통금이 시행되었습니다. 난민들이 도둑질 및 온갖 범죄의 온상이라고 지목한 것입니다. 또한 선교사님들이 운영하는 센터나 학교에 경찰들이 찾아와서 난민 대상으로 하는 사역을 제한하려고 합니다. 갑자기 난민촌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마구 철거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한 난민촌에 큰 불이 났는데, 이것이 난민들을 쫓아내기 위한 레바논 사람들의 소행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헤즈볼라가 이렇게 시리아 난민과 레바논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고 심화시켜 내전을 일으켜 아예 사회를 전복시켜 무슬림화하려한다고 합니다.
<기도 제목>
1. 어두울수록 더욱 밝게 보이는 빛의 역할을 잘 감당하게 하소서
2. 방황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확신 가운데 거하게 하소서
3. 한국 방문 가운데 영육의 회복과 더불어 하나님의 역사를 잘 전하게 하소서
4.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레바논에 복음의 문이 닫히지 않게 하소서
5. 주님께 돌아온 영혼들이 주변의 핍박과 박해에 굴하지 않게 굳건한 믿음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