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hbook

베니건스, 스타벅스, 그리고 교회 본문

일상 깊이 사색하기

베니건스, 스타벅스, 그리고 교회

Jake's Blog 2017. 4. 21. 11:43


베니건스, 스타벅스, 그리고 교회


2000년대 한국의 외식 시장은 패밀리 레스토랑의 호황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패밀리 레스토랑의 몰락이 이어지고 있다.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인 베니건스는 사실상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했고, 런치메뉴로 신흥강자로 떠올랐던 아웃백 마저도 최근 매각을 위한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마르쉐와 씨즐러는 2013년에 한국 시장을 떠났고, 칠리스와 스카이락 등도 어느새 사라졌다. 한국 브랜드인 이랜드의 애슐리는 서서히 매장이 줄어가고 있는 실정이고, CJ의 빕스는 간신히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한국의 외식시장은 최근 10년간 급작스러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반면 요즘 TV를 보면, 연예인들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셰프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유명한 식당들의 셰프라서 대중들의 인지도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어느 곳의 음식이 더 신선하고 맛있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의식수준의 변화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기존에 형성된 외식시장을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동안 경험하면서 음식을 평가하는 기준이 프랜차이즈의 인지도나, 서구적인 인테리어가 아닌 음식 본연의 맛을 식별하는 분별력이 생겨난 것이다. 


많은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주방에서는 조리 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몇명 없다. 나머지는 아르바이트생들이다. 예를 들어 스테이크의 경우, 주어진 메뉴얼에 맞추어 해동한 냉동육을 오븐에 굽고, 겉면에 그릴자국만 내어 손님 테이블에 오른다. 반면, 최근 유명한 식당들은 고급 품질의 육류를 사용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이제 음식 맛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현재 이러한 변화는 커피시장에도 마찬가지이다. 1999년 이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을 시작으로 한국에는 커피 프랜차이즈 바람이 불었다. 그 이후 다양한 커피 프랜차이들의 경쟁이 시작되었고 한국에는 거센 커피 바람이 불었다. 커피는 단순히 기호식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고, 카라멜마끼아또 그란데 사이즈를 모르면 촌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커피시장이 형성된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르다보니, 이제는 프랜차이즈 커피숍보다,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는 로스터리 카페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기존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들여와서 사용했기 때문에 커피의 풍미가 덜했는데, 반면 로스터리 카페의 신선한 원두는 커피의 풍미가 어때야 하는지를 직접 보여준다. 


과거, 화려한 간판과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에 현혹되던 시기를 넘어,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이제 어떤 커피가 더 좋은 품질의 커피인지를 구별해내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것은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삶의 질이 높아지다보니 자연스레 음식에 대한 관심과 이에 관한 의식수준이 높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시장이 형성되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소비자들은 합리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그 안에 숨어있는 본질을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므로 시장도 소비자들의 변화와 성장에 맞추어 발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매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던 때는 이미 지났고, 오히려 지혜로운 소비자들이 판매자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때가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소비자들의 변화와 성장이 반갑다. 1960-70년대 지독히 가난했던 시절,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기복신앙을 발판삼아 한국 기독교는 급성장을 했고, 1980년대부터 대형교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국민 대비 기독교인의 비율은 대략 20%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 10대 교회들 중에 4개가 한국에 몰려 있을 정도로 한국은 대형교회 전성기이다. 


대형교회에는 웬만한 것이 다 있다. 입맛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과 아이들을 봐주는 시스템을 비롯하여 식당에서 발렛파킹을 맡기는 것처럼 유모차를 맡기기도하고, 다른 사람들 별로 신경쓰지 않고 혼자 조용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군중들도 미리 형성되어 있다. 주일이 되면 깊이있는 사색없이 그저 군중 무리의 한명이 되어 콘서트처럼 진행되는 예배에 잠시 앉아있다 돌아오면 된다. 얼마나 편하고 매력적인 신앙생활인가. 


하지만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과 커피숍의 몰락처럼, 한국교회에도 대형교회의 몰락이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다. 화려한 간판과 교회(교단)의 인지도, 그리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교회가 평가받기보다, 예배와 말씀, 훈련과 성장 그 본질에 충실한 교회들이 성장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본다. 다만 문제는 성도들이 이러한 식별능력을 과연 언제 갖추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성장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과 식재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되고, 그것이 자연스레 외식산업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었지만, 한국 기독교의 외적 성장과는 대조적으로 과연 얼마나 많은 성도들이 건강한 예배와 말씀, 그리고 훈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내적 성장을 소망하고 있는지에 따라 한국교회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어쩌면 나는 조금 비관적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형성된 시장에서 소비자는 언제나 현명하게 변해왔기 때문에, 한국의 많은 그리스도인들 역시 현명하게 변화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일상 깊이 사색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  (0) 2017.04.21
"기쁨의 부활절"  (0) 2017.04.21
추수감사절을 보내며  (0) 2016.11.26
묵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0) 2016.08.23
하나님의 충격요법  (0) 2016.01.2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