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hbook
그림과 함께하는 고난주간 묵상 본문
작품명: 1889년 브뤼셀에 입성하는 예수님 (Christ's Entry Into Brussels in 1889)
Painting by James Ensor, The J. Paul Getty Museum
1.
종려주일로 시작하는 고난주간은 우리가 이미 잘 알다시피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벨기에의 화가 제임스 앙소르(James Ensor, 1860~1949)는 그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Brussels)에 입성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현재 브뤼셀은 벨기에의 정치, 경제, 문화, 교통의 중심지이며, 유럽 연합(EU) 본부가 위치해 사실상 유럽 연합의 수도이기도 합니다.
2.
그런데 그의 작품을 잘 살펴보면 예수님이 한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숨은그림을 찾는 것처럼, 예수님은 많은 군중들 사이에서 작은 나귀 위에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오른편에 ‘브뤼셀의 왕 그리스도 만세'라고 적혀있지만, 그조차도 조그맣게 적혀있고,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리고 예수님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대신 작품의 중앙 위편 붉은 현수막에 ‘VIVE LA SOCIALE’(사회주의 만세)라고 적혀 있을 뿐입니다.
3.
당시 이 작품은 기존 성화에 비해 너무나도 파격적으로 묘사되어서, 어느 곳에도 전시될 수도 없었고, 40년이 지난 후에 겨우 대중들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제임스 앙소르는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패러디하여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산업혁명 이후 부르주아 계급에 의한 자본주의와 물질적 풍요, 그리고 인간의 쾌락 등에 감추어진 사회정치적 문제를 고발했습니다. 예수님을 향해 많은 인파는 몰려들었지만,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은 마치 현대의 교회를 고발하는 것 같아보입니다.
4.
예수님의 입성 당시 사람들이 외친 ‘호산나'의 뜻은 히브리어로 “호쉬아 나”(hoshiʽah nna', אנּ העישׁוה)라는 말을 헬라적 표현으로 발음한 것인데 그 뜻은 ‘지금 우리를 구원해주십시오”입니다. 이 단어는 시편 118편 25절에 등장합니다.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이제 구원하소서, 여호와여 우리가 구하옵나니 이제 형통하게 하소서.” 즉, ‘호쉬아 나'는 유대인들이 구원을 구하는 짧은 기도인 셈입니다.
5.
유대인들은 예수님께서 로마군대를 무너뜨리고 심판할 것을 상상하며 ‘호산나'를 외쳤습니다. 자신들이 겪고 있는 모든 어려움들, 가난과 질병들도 예수님께서 당장 해결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그들은 모두 예수님께 고개를 돌리고 오히려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라고 외쳤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루시려는 ‘구원'과 그들이 원하는 ‘구원'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6.
2020년 고난주간을 맞이하며, 교회에도 모일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우리가 기대하고 상상하는 ‘구원'은 무엇인지 돌아봅니다.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루 속히 지나가고, 다시금 교회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구원'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망자는 미국에서만 만이천명이 넘었고, 환자는 38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뉴욕에는 지난 화요일(4/6/2020)에만 731명이 사망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생명을 걸고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을 것입니다.
7.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교회 안에서 장례소식이 들려옵니다. 가볼 수도 없고, 도와드릴 수도 없는 기막힌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를 구원하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붙잡는 것 뿐일 것입니다.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이제 구원하소서, 여호와여 우리가 구하옵나니 이제 형통하게 하소서.” 시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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