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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를 통해 읽는 교회”

Jake's Blog 2021. 1. 29. 08:25

 

“스타벅스를 통해 읽는 교회”

1. 얼마 전 스타벅스는 네슬레(Nestle)에 포장제품의 판매권을 약 7조원에 매각했다. 400개가 넘는 자사의 Teavana 매장도 닫기로 했고, 머그잔과 텀블러를 판매하던 온라인 사업도 중단했다. 기업 측면에서 수익성이 나름 괜찮던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아마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스타벅스 자체의 경영전략에 변화로 봐야할 것이다.

2. 나는 개인적으로 스타벅스의 변화는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이해에 근거한다고 생각한다. '커피'라는 것은 소장하는 물건과는 다르다. 실제적인 소비가 필요하며, 구매와 동시에 즉각적인 소비가 이루어져야하는 제품이다. 그러므로 고객이 '구매를 위해 직접 매장에 찾아오는 행위'가 수반되어야한다.

3. 실제로 스타벅스의 매출을 보면 약 80% 정도가 직영매장에서 온다. 이말은 스타벅스라는 기업은 머그잔, 텀블러 등의 소장가능한 물건을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라기보다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대면을 통해 가장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타벅스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된다.

4. 스타벅스의 창업주인 하워드 슐츠는 주주 컨퍼런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리테일 회사가 이기려면, 그 회사의 매장은 경험을 제공하는 유일한 목적지여야만 합니다...(중략)... 따라서 대개의 경우,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제품은 온라인에서 제공되면 안되고, 아마존에서 제공되는 일은 더더욱이 안될 것입니다."

5. 스타벅스의 연간 실적 리포트에서는 직접 커피를 판매하는 직영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커피와 차 등의 제품을 이끄는 유통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 고객 한명 한명에게 특별한 '스타벅스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스타벅스 경험은 질 높은 고객 서비스와 디지털 경험, 깨끗하고 쾌적한 매장, 그리고 각 지역 커뮤니티의 특성을 투영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합니다."

6. 결국 스타벅스가 추구하는 것은 고객의 특별한 경험이며, 이와 맞지 않는 것들은 과감하게 쳐내겠다는 이야기이다. 기업의 철학에서 벗어난 인접제품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익이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품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스타벅스라는 기업이 가진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7.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스타벅스가 본질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문화와 전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스타벅스 전체 수익의 80% 가 되는 직영매장 수익을 시간대별로 분석해보면,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인 오전 시간이 59%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테이크아웃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앱으로 미리 주문하고 바로 픽업 할 수 있도록 했다.

8. 게다가 여기서 그치치 않고, 스타벅스는 오후 시간대로 시선을 돌린다. 상대적으로 매출이 낮은 시간을 타겟으로 '애프터눈 커피문화'를 만들어서 할인행사와 더불어 새로운 제품들을 홍보한다. 특별히 이 시간대에 더 경험이 많은 바리스타들을 배치하여, 이미 확보된 아침시간의 고객이 아니라, 여전히 소비를 고민하고 있는 오후시간의 잠재고객을 위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전략을 펼친다.

9. 또한 최근 스타벅스 로스터리, 리저브 등의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는 행보도 지켜볼만하다. 현명해진 소비자들이 점차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아다니고, 공정무역 및 원산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강한 소비트랜드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스타벅스가 변화에 발 맞추어 또 어떤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올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10. 나는 개인적으로 스타벅스가 추구하는 기업의 철학과 이번 결정에 오늘날의 교회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백화점처럼 수많은 프로그램을 교회에 가지고 들어와 다양한 성도들을 만족시키려는 시도보다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발전시킬 것은 더 발전시키는 '선택과 집중'의 결단이 교회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11. 궁극적으로 이것은 '본질의 통찰'에서 온다고 믿는다.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본다면, 앞으로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조금은 수월하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에 하루를 사용하기 위해 건물을 유지하며, 모든 에너지를 주일 하루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서, 오히려 평범한 주중 곧 일상 속에서의 영성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이끌어갈지 방향제시가 필요하다.

12.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는 '은혜'가 경험되는 분명한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기독교가 당면한 위기를 외부적인 요소에서 찾기 이전에, 실제로 은혜의 경험이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본질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는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은혜의 경험'을 체험하는 거룩한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13. 역사를 보면, 시대마다 새로운 기업들이 생겨난 반면,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서 기억속으로 사라지는 기업들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에 반해 교회는 오랜 시간동안 역사 속에서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결국 해답은 '본질'이다. 종교개혁도 결국 본질에 충실하려고 했던 고뇌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시대와 본질을 읽어내는 통찰이야말로 교회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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