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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23.11.19)_인생의 쉼표는 감사입니다

Jake's Blog 2023. 11. 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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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 문장과 문장의 연결 관계를 나타내고, 때로 문장을 끊어 읽어야 할 때 쓰는 부호를 ‘쉼표’라고 합니다. 음악에서도 음을 내지 않는 부분이나 그 길이를 나타낼 때 쓰는 것도 역시 ‘쉼표’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쉼표’는 ‘멈춤’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쉼표가 마침표를 뜻하지도 않습니다. ‘쉼표’는 그저 우리가 가야할 다음 여정을 위해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순간을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우리 삶에서의 쉼표의 자리는 어디일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봅니다.

 

바닷 속을 쉴 새 없이 항해하는 고래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다 위를 올라와 호흡해야 한다고 합니다. 헤엄을 잠시 멈추어 숨을 들이쉬지 않으면 고래는 계속해서 바다 생활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에도 이처럼 인생의 걸음을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는 때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마치 문장이나 음악에서 쉼표를 통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글과 화음을 내듯,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 역시 쉼표의 순간을 통해 삶의 리듬을 맞추며 즐겁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옛 말처럼 우리는 바른 방향, 정직한 방법보다도, 경쟁사회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속도를 더 내어 빠른 결과를 얻기에 바쁘게 살아왔을지 모릅니다. 멈추어 서서 잠시 여유를 누리는 것은 마치 ‘사치’처럼 여겨지고, 해야할 너무 많은 것들에 바빠 우리는 쉼을 잊어버리고 앞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멈추면 마주할 수 있는 여유와 쉼을 발견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주어진 쉼표의 순간을 그저 지나치는 것입니다.

 

만약 음악에 쉼표가 없다면 연주자가 악보를 끝까지 연주해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쉼표’는 경쟁이 만연한 사회에서 남들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가지려하는 조급한 마음에서 오는 염려와 불안으로부터 오는 비교의식과 강박관념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르는 것입니다. 쉼표의 멈춤을 통해 삶의 여유와 돌아봄의 기회를 되찾는 것입니다. 쉼표 없는 아름다운 음악은 없습니다. ‘쉼표’라는 삶의 여백에서 들숨과 날숨의 심호흡을 통해 영육간의 평온함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벌써 한 해의 추수를 마무리하는 11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11월은 한 해의 농사를 수확하고 결실을 맺는 추수 감사의 달입니다. 농부가 봄부터 씨를 뿌리고 여름에 땀 흘리며 경작하고 열심히 추수하여,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고 잠시 ‘쉼표’의 시간을 갖는 것이 추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수감사절은 바빴던 지난 날의 일손을 멈추고 타작 마당에 알곡을 거두어 곳간을 채우며, 숨 가쁘게 달려왔던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 삶에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에 감사하는 계절이 바로 ‘추수감사절’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든 교우 여러분들의 흘린 땀 가운데 놀라우신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시작할 새로운 걸음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나아가시는 모든 분들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내가 전심으로 여호와께 감사하오며 주의 모든 기이한 일들을 전하리이다" (시편 9편 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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