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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2023.12.10)_"말은 줄이고 두 손을 모을 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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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2023.12.10)_"말은 줄이고 두 손을 모을 때"

Jake's Blog 2024. 3. 4. 16:57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인터넷 신문에서 '당산역 취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저는 미국에 거주 중이었지만, 부모님께서 거주하시던 지역이 당산동이라, 저는 혹시라도 취객이 무슨 난동이라도 부린 것은 아닌지 걱정과 염려의 마음으로 기사를 살펴 보았습니다. 영상과 함께 보도된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당산역이라고 큼지막히 쓰인 지하철역 입구 앞에서 한 취객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취객은 저항하며 이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으라고 소리쳤고, 경찰은 취객을 향해 ‘공무집행방해’를 언급하며 그를 제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그 장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길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마음 한편으론 취객을 바라보며 얼마나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기에 술을 마시고 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경찰들을 애먹이는건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경찰도 참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한 청년이 취객과 경찰관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청년의 개입으로 혹시자 일어 더 커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던 그 순간, 청년의 의외의 행동에 제 머릿 속은 마치 한 대 얻어 맞은 것과 같았습니다. 그 청년은 취객을 향해 삿대질을 하거나,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비난 대신, 두 팔을 벌려 그저 그 취객을 안아주었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듯이, 혹은 내가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듯이 연신 취객의 등을 두드리며, “그만하세요,, 이제 그만 하세요…”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온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던 취객은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린것 같았고, 청년의 어깨에 고개를 파 묻었습니다. 아마도 그 취객은 자신보다 어린 청년의 품에서 흐느끼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청년은 한 동안 취객을 안고 있었고, 상황을 제압하려고만 했던 경찰은 멋쩍은 듯 그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말 없이, 그저 취객을 따스히 안아주었던 그 청년의 온기는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그 어떤 힘 보다도 강력해 보였습니다. 

 

어쩌면 상처 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백 마디 말 보다도, 그저 따뜻한 온기로 서로를 품어주는 것일지 모릅니다. 말로 하는 그 어떤 위로보다 때로는 아무런 말 없더라도 그저 안아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미숙아로 태어나서 죽어가던 쌍둥이 동생을 언니가 안아줘서 호흡이 되 살아난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아버지는 죽어가는 자녀를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놓고 앉아주고 있었더니 맥박이 돌아온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따스한 온기를 나누는 것은 마치 서로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신비로운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망의 그늘에 앉아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죽어가던 영혼을 살려내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아마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아무 소망이 없던 인생에 한 줄기 빛으로 찾아오셔서 우리의 손을 잡아주시는 주님의 사랑과 그 분의 온기가 우리로 하여금 살아갈 새 힘과 용기를 줍니다. 그 따스함으로 우리는 새 사람으로 빚어지며, 그렇게 우리는 주님의 은혜로 오늘 하루를 또 살아갑니다

 

대림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구원자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것처럼, 우리 안에 여러 기도제목들, 특별히 그 분의 은혜와 온기 어린 구원의 손길을 위해 기도하는 가정이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입술의 말은 줄이고, 그저 두 손을 잡고, 따스한 마음으로 한껏 안아주시기 바랍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따스히 안아주셨던 것처럼, 그 분의 온기가 우리의 사랑과 기도를 통해 서로에게 전해지길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그리고 생명의 주인되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해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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