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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느끼는 평안

Jake's Blog 2024. 3. 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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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못할 사정으로 교회 건물을 두고 나와 함께 모험을 시작한 분들과 낯선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반년 가까이 스스로 규정하지 못했던 정체성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며, 어쩌면 우리는 제주라는 낯선 땅에서의 평안과 안식을 제공하는 예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러한 부족함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은혜이다. 물론 '모험'이라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개인과 가정들은 아쉽지만 작별을 해야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개인과 가정들이 여전히 도착지를 알 수 없는 모험의 여정에 함께 동참했다.

여전히 정체성이 정해지지 않아 아직까지 주변에 이곳에 예배가 있다고 알리지도 않은 우리였지만, 우연을 가장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사람들이 공동체에 합류했고, 많은 경우 그들의 고백은 "그동안 예배 드리기가 어려웠는데, 신기하게도 이곳에서 예배가 드려졌어요"라는 고백이었다. 온전한 우리의 공간도 아닌, 고작 일주일에 하루 빌려쓰는 타인의 공간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았다는 고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가 가진 힘은 무엇이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모이게 되었을까?

정답 보다는 질문 한 가득 안고 매주일 드리는 예배 가운데, 조금씩 우리의 정체성이 다듬어져가는 것을 느끼지만, 여전히 명료한 단어 혹은 문장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우리의 정체성을 명명하고자 씨름한다. 그러던 중 또 지난 주일 새로이 방문한 한 가정은 그동안 여러 교회를 돌아다니며, 왜 인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예배를 드릴 때 알 수 없는 눈물이 난다는 고백을 나누어주었다. 예배라는 것이 여러가지 요소로 이루어져있고, 그 중에 예배실이라는 공간 그 자체가 주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텐데, 과연 그 고백은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에 빠져 길을 걷다가 얻은 깨달음은, 새로이 방문한 가정 뿐만이 아니라, 실은 이곳이 우리 모두에게 낯선 땅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제주에서 출생하고 자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우리가 모여, 우리의 공간도 아닌 빌린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지만, 그 안에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의 심령을 어루만지신다는 것은 어떤 정해지고 고정된 장소보다, 하나님을 만나는 '만남'과 '관계' 그 자체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된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만나주셨던 하나님이 계셨던 성막 또한 고정식이 아닌, 이동식 건물이었다는 것이 오늘날 건축기술이 발달한 현대교회가 망각하고 있는 부분이었으리라. 주일 아침이 되면 온 교회의 성도들은 성전으로 지어진 건물로 향하지만, 믿음의 본질은 하나님께서 임재하신 우리 내면의 성전으로 믿음의 발걸음이 향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교회 건물 안에 은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은혜 있는 곳에 교회가 세워져야하는 것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오늘도 낮선 땅에서 자신만의 광야를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낯선 땅에서도 평안을 느낄 수 있음을 전하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이 곧 거룩한 곳이니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묶어놓는 자신의 신을 벗어놓고, 낯선 땅에서 우리를 만나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경험하며 나아가는 믿음의 여정이 되기를, 들판에 홀로 피어난 들풀처럼 자신의 인생길 안에서 홀로 믿음의 꽃을 피우기위해 걷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그러한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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