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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과 인간의 존엄성

Jake's Blog 2016. 1. 24. 17:30




사형과 인간의 존엄성 

저자: 유석성



서론

사형제도의 목적은 응보와 범죄 예방으로 지금껏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죄 때문에 형벌을 통해 생명을 박탈해도 되는가에 대한 당위성은 계속되어 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형제도에 대한 인간의 외침은 가속화 되었고, 우리나라도 2001년도에 들어서 사형제도 폐지와 존치를 놓고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독교와 가톨릭의 입장은 둘 다 사형폐지를 주장한다.

이후의 부분은 사형의 역사적 고찰과 사형의 존지와 폐지에 관한 기독교에서의 윤리적인 고찰을 한다.


I. 사형제도의 역사적 고찰

1. 형벌의 역사 속에서 사형제도

고대에는 탈리오 법칙이라는 동해보복이 적용되는 법칙이 있었다.

이것은 피해자와 동일한 형벌을 가해자에게 주는 원칙인데, 이 정신을 성문화한 법전이 BC 18c 바빌론의 함무라비 왕이 재위기간에 만들어진 함무라비 법전이다. 총 282조의 법조문 가운데 37개조에 걸쳐 사형 규정이 나타난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는 사형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플라톤은 사형은 신의 명령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사형을 인정했다.

14세기 헨리 8세, 엘리자베스 치하 때에는 일반범죄에도 사형이 적용되었고 그 제도가 더 잔인해졌다.

근대에 와서 계몽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존엄과 천부인권을 강조하게 되었고 사형제도의 당위성에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홉스, 몽테스키외, 루소, 칸트, 헤겔, 밀은 사형존치론을 주장하였고 칸트와 밀은 사형을 옹호하였다. 칸트는 탈리오 법칙에 따라 옹호하였고, 일종의 정언명령이라고 하였다. 헤겔은 이것을 법질서는 긍정이고 특별의지인 범죄는 부정이며, 형벌은 이 부정에 대한 부정이라는 번증법적으로 설명하였다. 칸트와 헤겔의 생각은 이후 개신교 신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중국의 경우 한나라, 진나라 때도 사형이 집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의 8조 법금에도 사형에 관한 조문이 나와 있다.

조선시대에 화서는 사형의 방법이 다양해졌고, 교수형이 시행되었다.

1894년 갑오경장 이후 교수형과 총살형이 남아있다.

현행 헌법은 5개의 죄에 관하여 사형을 규정하고 있고 관련 법조문은 16개에 이른다.

1945년 이후 1634명에게 사형을 집행하였고 현재 사형수가 50여명이 남아있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아직까지 사형집행은 없었다.


2. 교회역사에서 사형논의

국가의 권위는 신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가?

이것은 사형의 문제를 신학적으로 검토할 때 제기되는 의문이다. 

교회역사에서 초대 교부들은 사형에 반대했지만 이후 교회에서는 사형을 인정하였다.

터툴리안과 오리게네스는 사형집행에 관해 반대하였다. 하지만 어거스틴은 국가의 권리를 인정하며 사형제도를 정당화 하는 제도의 길을 열었다. 토마스 아퀴나스도 사형을 인정하였고, 루터 등 종교 개혁자들은 국가의 재판권과 권한 속에서 사형을 인정하였다.

쯔빙글리와 칼빈은 이단자들에 대한 사형을 주장하였고 실제로 칼빈은 이단자 세르베투스를 처형하였다. 

슐라이어마허는 사형을 반대하였고 칼 바르트도 복음을 기준으로 볼 때 사형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고 말하며 사형의 입장을 반대하였다.



II. 사형폐지론의 역사

토마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는 자신이 쓴 <유토피아>에서 사형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형폐지론을 제기하였다.

근대에 들어서 사형폐지론을 최초로 주장한 사람은 1764년 이탈리아 밀라노 법률가 체사레 베카리아였다. 그는 그의 저서 <범죄와 형벌에 대하여>에서 억울하게 사형당한 쟝 칼라스사건을 계기로 사형폐지론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아울러 고문폐지론을 주장하였는데 베카리아는 사형과 고문 폐지를 통한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주장함과 동시에 인간존중과 인도주의적인 법 집행의 등불이 되고 있다.

또한 소설 <사형수 최후의 날>을 발표한 빅토르 위고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는 사형에 반대한 문호에 해당한다.

그리고 독일의 리프만은 사형은 이론적, 경험적으로 위하력이 없고, 오판시에 구제불가와 교정과 교육이 불가하기때문에 폐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같이 사형폐지의 주장자들은 한결같이 인도주의 입장에서 사형을 반대하였다.



III. 사형에 대한 성서적 견해

구약에서 이스라엘에서 사형제도는 피의 보복과 탈리오 법칙과 속죄의 의미, 그리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에 적용되었다.

모세오경의 율법서에는 17가지의 죄에 대하여 사형이 인정된다. 그리고 그 사형수단으로는 돌로 쳐 죽임, 화형, 교수형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말씀은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연관시켜볼 때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칼 바르트도 성서와 복음을 구별하고 사형제도를 문자주의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위의 내용을 가지고 사형제도를 오늘날 정당화 시키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신약성서에서의 사형제도는 구약의 율법이 적용되는 것과 다른 상황에서 이해하여야 한다. 구약은 신권정치였지만 신약은 로마제국의 통치하에 있었다. 그리고 예수님의 관심도 하나님 나라의 복음선포였기 때문에 국가와 법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셨다. 

신약성서에서는 사형을 정당화 하거나 직접적으로 금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복음서나 로마서의 말씀을 비추어 볼 때, 사형제도가 최선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의 가르침에 속에서 보복행위가 아닌 비폭력을 행사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IV. 사형폐지론과 사형존치론

1. 사형폐지론

사형폐지의 사상적 근원은 인간의 기본권을 주장한 계몽주의이다.

사형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제기한다.

1. 사형은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2. 사형은 범죄예방이나 억제효과가 없다.

3. 사형은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

4. 사형은 법의 이름을 빌린 또 하나의 살인이다.

5. 사형은 형벌의 본질을 교육으로 보는 현대의 형벌관에 배치된다.

6. 사형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7. 범죄의 원인을 개인에게만 돌릴 수 없기때문에(사회환경과 구조적인 문제) 사형제도는 불합리한 제도이다.

8. 사형은 주변인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때때로 정치, 사회, 인종적 약자들에게 차별적으로 가해지는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2. 사형존치론

사형존치론은 로므, 칸트, 헤겔 등이 주장했으며, 교회에서는 초대교회만 제외하고 교회의 역사속에서 대부분 사형을 인정해 왔다.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형제도는 흉악한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2. 사형제도를 통해 응보적 정의를 이룰 수 있다.

3. 사형제도는 피해자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제도이다.

4. 사형제도는 공공의 안정유지 및 안전을 보존할 수 있다.

5. 사형제도는 여론과 국민의 법감정여론이 지지하고 있다.

6. 사형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V. 사형제도와 형벌 이론

형벌 이론은 형벌의 본질괴 목적에 관한 논의를 말한다.

사형은 이 형벌론에 의해 정당화되고 국가형벌권으로 시행된다.

현대적 형벌 이론에는 절대설, 상대설, 그리고 절충설이 있다. 

절대설이란 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형벌의 의미와 본질을 응보로 이해하는 입장이다.

상대설이란 죄를 범해서가 아니라, 죄를 범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처벌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일반예방과 특별예방이 있다. 전자는 일반인에 대한 것이고, 후자는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한 것이다.

절충설은 절대설의 응보이론과 상대설의 특별예방이론을 절충하여 응보적 절충설과 예방적 절충설로 나누인다.

하지만 사형제도를 신학적으로 논의할 때 제기되는 문제는 사형제도가 하나님의 뜻에 일치하는 가에 있다. 형벌론자들이 주장하는 사형의 정당성의 이유로 말하는 응보사상은 보복하지 말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신학적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리고 범죄자는 사형을 통해 속죄할 수 있다는 속죄사상이 있다. 이 속죄사상을 강하게 비판한 대표적인 사람은 칼 바르트이다. 그는 십자가상의 예수의 속죄적 죽음을 가지고 속죄사상에 의해 정당화되는 사형제도가 불가함을 주장한 것이다.

또한 루터교의 신학자들인 알트하우스와 퀴네트가 루터의 두 왕국설을 기초로 속죄사상을 반대하였다. 이들을 칼 바르트와 속죄사상을 반대하는 것은 같지만 바르트가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한 것과는 다르게 사형제도의 존치를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국가의 질서를 신정질서와 암암리에 동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현존하는 모듡질서가 신정 질서인가? 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들이 말한 응보사상은 보복의 원칙을 가진 형법을 만들 수 있고 이것은 생명존중 사상과 모순된다.



VI. 사형폐지운동의 현황

유엔과 국제사면위원회가 사형폐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엔은 1948년에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하며 제 5조에서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고문을 받게 하여서는 안되며 잔인하고 비인도적 혹은 비열한 처우나 처벌을 받게 하여서는 안된다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198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서는 생명권에 기초한 사형폐지를 포함시켰다. 

국제사면위원회도 역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들은 1975년부터 사형제도 반대투쟁을 해왔으며, 1977년에 스톡홀름에서 사형제도를 절대적으로 반대하며 사형제도의 총체적인 폐지를 위해 헌신할 것을 결의한다는 스톡홀름 선언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1989년 법조인과 종교인들이 중심되어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가 창설되어 사형폐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에서 현재 사형제도를 폐지한 나라는 108개국이고 사형제도가 남아 있는 나라는 87개국이다. 이 중에 20개국에서 제도적으로 사형제도가 있지만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결론

사형의 문제의 논함에 있어서 우선 신학적으로 예수의 용서와 사랑의 정신의 관점에서 폐지되어야 한다.

1. 사형은 국가에 의한 사법적 살인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피조물로 존엄하고 고귀한 생명을 지닌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며 국가라도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수 없다.

2. 사형제도의 범죄 억제효과로 사형존치론자들이 사형제도를 주장하지만 이는 사형을 폐지한 나라에서 볼 수 있듯이 억제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3. 사형제도는 무엇보다도 오판의 가능성이 있고, 생명의 회복 불가능성 때문에 폐지되어야 한다.

4. 사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 제 10조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인 제 37조 2항에 위배된다.

5. 사형제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지지받을 수 없는 주장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폐지되어야 한다. 

6. 흉악한 살인범들도 사실 귀중한 생명을 지닌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회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재사회와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율법이 아니라 복음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과 고귀한 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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