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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대한 생각"

Jake's Blog 2016. 1. 9. 10:35




[교회에 대한 생각]


섬기고 있는 교회가 뉴욕에 있다보니 

다양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종종 연락이 온다.

뉴욕으로 여행을 계획 중인데, 재워 줄 수 있나요,

뉴욕에 있는 음대로 오디션을 오는데, 재워 줄 수 있나요,

미국 대륙 횡단을 하는데, 교회에서 모금을 해줄 수 있나요,

내용은 다양하지만, 정리해보면 결국 한 가지다. 

교회로부터 도움을 얻고 싶다는거다.



도움을 요청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특징은 비슷하다.

자신을 도와주기만 한다면, 

간이라도, 쓸개라도 다 빼주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적과 맞지 않거나,

다른 곳에서 더 좋은 도움을 얻게되면,

다른 곳으로부터 도움을 얻게 되었다고 알려주거나

신경써주어 감사하다는 등의 연락이나 대답은 전혀 오지 않는다.



한번은 서울 근교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께 연락이 왔다. 

자신의 아들이 맨하탄 음대로 오디션을 보러 간다고 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그 분은 이메일에 '존경하는 OOO 목사님'

이란 표현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 

자신의 아들이 숙소를 구하는데, 도움을 요청했다. 

오디션만 합격되면 교회를 열심히 섬기게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목사님과 상의 후, 도움을 드리려고 다시 연락을 드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 어떤 답장도 받지 못했다.



또 한번은 미국 다른 지역에서 한 청년에게 연락이 왔다. 

마찬가지로 오디션이 있다고 했는데,

역시 교회에서 숙소를 제공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교인 분 들 중에 방을 제공해 주실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연락을 했는데, 역시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그런데 2주 정도 지나 다시 연락이 왔다. 

교회 대신 다른 숙소를 구했었는데, 갑자기 안되게 되었다면서

다시 도움을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불쾌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번 알아보겠다고 했다. 

지난 번이 미안했는지,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도움을 받게 되었다고

마음 써줘서 감사하다는 이메일로 연락이 마무리 되었다.



얼굴도 모르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생각할 때,

교회에서 만큼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면식도 없는 교회로 연락을 한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이 사회 안에서 교회가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연락이 오는 모든 분들에게 답장을 드린다. 

내가 도움을 드리거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분을 연결해드리거나,

상황이 정 안될 경우, 교회에 대해 차가움을 느낄까봐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중하게 사양하며 사과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왔다.



나는 최근에 한 전화를 받았다. 

역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자신이 다른 지역에서 뉴욕으로 왔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찾아 연락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직접 만나기로 했다. 

그래서 뉴욕의 한 지하철 역 안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지하철 역 안에 있다보니 전화 연결이 잘 안되었고,

나는 교회에 갈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어서

마음도 분주해지고, 조금씩 짜증스러운 마음이 생겨나면서

내가 불필요하게 왜 이런 만남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지하철역 출구 앞에 왔다는 마지막 전화를 듣고, 

여러개의 출구를 뛰어다니며,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을 찾아다녔다.



약 30분이 지났을 때, 

난 너무 화가나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하나님 앞에 이 사람을 예수님 대하듯 대하겠다고 기도했다. 

그리고 바로 출구 앞에 서성이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얼굴도 본 적 없지만, 왠지 그 사람인 것 같았다.



나는 그 사람에게 왜 지하철로 들어오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 사람은 멋쩍은 표정으로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지하철을 탈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돈을 주어 지하철 표를 사오게 했다. 

그리고 지하철로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지금껏 살아오며, 크고 작은 삶의 위기들을 만나왔고,

나름 고생도 조금 경험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그 어떤 경우보다 최악이었다. 

그날 밤, 이야기를 마치고 차비를 쥐어주며 내일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또 만나서 계속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전날 이야기 한게 전부가 아니었다. 

다음 날 들은 이야기는 더 쇼킹했다. 

내 평생에 이런 사람을 또 만날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난 다시 차비를 주며 돌려보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난 아직 당신에게서 차비 이상을 도와줘야되겠다는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도움을 받았을 때, 과연 당신이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 또 다시 도움을 구할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의지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지금보다 마음을 조금 더 단단히 먹으세요. 우리 다시 만납시다."



그리고 난 다시 차비를 쥐어주고 보냈다. 

마음이 편하지도, 유쾌하지도 않던 마음이었다. 

난 도움을 줄만한 능력도 없는데, 상황은 답이 안보였다. 

그러다가 교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거기가 교회인가요?"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 

"저는 OO 근처에서 세탁소를 하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 교회에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사람이 없을까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내가 지금껏 별의 별 전화는 다 받아봤지만, 

아르바이트생 구해달라는 전화는 또 처음 받아봤다. 

어쨌든,, 교회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니까 친절히 응대했다. 

그리고 근무조건과 시급을 물어봤다. 

사장님 연락처를 메모하고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나서 그 사람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에게 모든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한 동안 답이 없었다. 

그리고 한 두시간이 지난 후, 그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방금 세탁소 사장님을 만나서 인터뷰를 보았고,

이틀 뒤 부터 일하게 되었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잘 되었다고, 다시 연락 나누자고 대답했다.

그래도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연락을 주는게 고마웠다.

그리고 의지를 보여주어서 또한 감사했다.

이 일을 계기로 그 사람이 정말로 일어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도 많은 도움의 손길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일을 돌아보며 드는 생각은,

하나님 참 재미있는 분이시다... 

또한 이 일이 앞으로도 계속 어떻게 전개될지 참 궁금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이 생각난다. 

"교회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할 때만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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