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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비전

Jake's Blog 2015. 11. 7. 13:58




1. 몇 년 전, 한 교회에서는 3년간 '영적 성장'에 대해 조사했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다수의 사람들을 일대일로 면담했고, 영적 변화와 인간 개발에 관한 100여권의 책을 참고하여 그 결과를 일종의 보고서 형태로 발표했다.

2. 하지만, 그것은 발표라기 보다는 일종의 고백에 가까웠다. 그 교회의 담임목사는 "지금까지의 사역 방향에 뭔가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숫자로는 성공을 했는지 몰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를 만드는 일에는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3. 그 교회는 바로, 교회 성장을 꿈꾸는 전 세계의 목회자들이 동경하는 시카고의 '윌로우크릭' 교회였다. 윌로우크릭 교회와 빌하이벨스 목사는 이 조사를 기반으로 교회의 새로운 목회방향을 만들어 가는 변화를 선택한다고 약속했다.

4. 이들이 발견한 핵심적인 문제는, 예배, 성경공부, 소그룹, 자원봉사, 전도 등 교회 안에 엄청나게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그것이 영적인 성숙함을 보장해주지는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교인들은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했으며, 교회는 날로 부흥했다.

5. 하지만 교인들이 하나님과 이웃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가. 내적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하는 그 물음에 자신 있게 ‘예스’라고 대답할 수 없었고, 오히려 예배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가장 헌신하는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6. 목회자들은 열심을 내던 성도들이 떠남으로 인해, 목회의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배신감과 비슷한 감정도 들 수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들은 교회 안의 모든 프로그램에 참석해보면서 성장의 실패를 경험했고, 결국 교회 안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7. 어찌 보면 그건 당연한 결과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 혹은 목회자/교회가 원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던 사역의 결과는 겉으로는 성공일지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실패일 수밖에 없다.

8. 예수님도 열두 명의 제자밖에 못 만드셨다. 그 중에도 끝까지 속을 썩이는 제자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예수님도 아니면서 예수의 제자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수천, 수만 명이 모여드는 교회가 되고자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일까.

9. 한 교회의 예배에 참석했다가, 그 교회의 비전 선포식을 갖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교회의 담임목사는 커다란 건물을 새로 짓고, 만 명의 성도로 늘어나는 것이 교회의 새로운 비전이고 이것이 곧 하나님의 뜻이라고 선포했다.

10. 나는 그 순간,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단순히 성도의 숫자를 교회의 비전으로 삼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왜 만 명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고, 만 명이 되어서 무엇을 하려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교묘하게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해 성도들에게 충성심을 요구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11. 난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애국심 마케팅'이다. 제품의 질로 승부하지 않고, 혈연 지연을 운운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좀 비겁해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교단 교육교재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높은 질의 교재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12. 난 가끔 대형교회를 꿈꾸는 중형교회에서 못된 기업의 행태를 보곤 한다. 교회의 모든 방향은 확장에 맞추어져 있으며, 봉사와 헌신이라는 명분으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교회를 구성하는 성도들은 교회의 관리 대상이며, 동시에 교회의 방향과 정책에 협력해야 하는 구조이다.

13. 그런 교회는 항상 바쁘다. 쉬지 않고 프로그램을 돌리며 주변 교회들과 소모적인 경쟁을 펼친다. 프로그램이 일사분란하게 돌아가야 목회를 잘하는 것이라는 목회자들의 인식과,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선호하는 많은 성도들도 이러한 현상에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14.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바쁜 교회가 꼭 건강한 교회는 아니다. 다양한 이벤트가 존재하는 것이 생명력을 의미하진 않으며, 그것을 왜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철학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에서의 프로그램은 어설픈 ‘사람 모으기’가 될 뿐이다.

15. 그렇다면 교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나는 그것이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질문을 던지는 데에 있다고 본다. 참된 영성은 프로그램에 기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진지한 성찰이 신앙의 성숙을 가져온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고민'이 부족하다. 신앙적인 '성찰'이 결여되었다.

16.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벤트나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히려 잠잠한 가운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진심으로 교제하고 격려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일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고 말씀하셨다.

17.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다. 그리고 깊은 성찰이다. 우리가 왜 서로 사랑해야 하는지, 교회가 왜 존재하는지에 관한 고민이다. 우리는 근본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지우개로 지우고, 조금 고쳐 쓰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을 갈아 엎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18. 새로운 영감은 시대를 앞서는 안목, 탁월한 마케팅, 세련된 프로그램 같은 것이 아니다. 성경으로 돌아가서, 거기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꿈이 되어야 하고, 교회의 비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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