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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book
사순절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사순절의 마지막은 종려주일을 지나 고난주간을 보낸 후, 부활주일로 마무리됩니다. 사순절의 여정 가운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보내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사순절의 여정 가운데서 ‘하나님의 일’이라는 제목으로 함께 말씀을 나누려고 합니다. 오늘의 제목은 23절에서 따온 표현입니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모든 일을 정확히 둘로 나누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리는 종종 이것이 사람의 일인지, 하나님의 일인지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어떠한 생각 마저도 이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생각인지, 아니면 그저 우리 내면의 인간적 생각인지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을 확..
>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교회 건물을 두고 나와 함께 모험을 시작한 분들과 낯선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반년 가까이 스스로 규정하지 못했던 정체성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며, 어쩌면 우리는 제주라는 낯선 땅에서의 평안과 안식을 제공하는 예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러한 부족함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은혜이다. 물론 '모험'이라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개인과 가정들은 아쉽지만 작별을 해야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개인과 가정들이 여전히 도착지를 알 수 없는 모험의 여정에 함께 동참했다. 여전히 정체성이 정해지지 않아 아직까지 주변에 이곳에 예배가 있다고 알리지도 않은 우리였지만, 우연을 가장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사람들이 공동체에 합류했고, 많..
> 본문: 마태복음 16:5-19 우리는 현재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향해 가는 여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그리고 고난과 부활을 기억하고 묵상하며 우리의 믿음을 돌아보는 기간입니다. ‘믿음’을 정의하는 기준이 여럿이 있겠지만, 아래 그림처럼 아는 것(지), 느끼는 것(정), 그리고 의지를 발휘하는 것(의), 이 세 가지의 교집합을 믿음으로 정의하는 관점도 있습니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먼저 믿음에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씀을 알아야 지키고 순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믿음은 감정적, 정서적인 부분까지도 포함합니다. 만일 이 부분이 빠져있다면 율법주의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원수를 사랑하고 ..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인터넷 신문에서 '당산역 취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저는 미국에 거주 중이었지만, 부모님께서 거주하시던 지역이 당산동이라, 저는 혹시라도 취객이 무슨 난동이라도 부린 것은 아닌지 걱정과 염려의 마음으로 기사를 살펴 보았습니다. 영상과 함께 보도된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당산역이라고 큼지막히 쓰인 지하철역 입구 앞에서 한 취객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취객은 저항하며 이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으라고 소리쳤고, 경찰은 취객을 향해 ‘공무집행방해’를 언급하며 그를 제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그 장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길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마음 한편으론 취객을 바라보며 얼마나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기에 술을 마시..
자주는 아니더라도 저는 가끔 시를 읽으며 생각과 마음을 환기시키곤 합니다. 많은 말보다 때론 함축적 언어로 쓰여진 시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공백들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흔들리는 꽃과도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때로는 이 세..
히말라야 고원지대에는 양을 사고 팔 때 가축의 무게나 크기가 아니라 가축의 특성과 성향에 따라 값을 매기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양을 경사진 산 비탈에 세워두고 지켜봅니다. 만일 양이 풀을 뜯으러 산비탈 위로 올라가면 좀 말랐어도 값을 높이 쳐 주지만, 만일 산비탈을 넘으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리 크고 살이 통통해도 값을 적게 쳐 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산비탈에 오르는 양은 당장은 말랐더라도, 풀이 많은 곳을 찾아서 이동할 수 있지만, 산비탈 아래 편한 길로 가려는 양은 점점 먹을 풀을 없어 이내 메말라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옛 말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어떠한지를 아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를 토대로 생각..